‘해야 하는데.’라고 스스로 많이 말했어요. 그러면서 부끄러웠습니다. ‘참 책임감이 없는 놈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주 보낸다고 약속해놓고 어겼습니다. 바쁘기도 했어요. 써지지 않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다 핑계입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쓰려다 우리는 조금 가까운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제 마음속에 이상한 것이 사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이 저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저 인스타그램, 유튜브, 낮잠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쓸모없는 삶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책을 파는 사람 이전에 쓰는 사람이었는데 자아를 상실했습니다. 저를 찾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보내는 마음이다 보니 근황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인스타그램에는 소식을 자주 올리다 보니 이미 다 아시겠지만 서울퍼블리셔스테이블을 치렀습니다. 치렀다는 말이 조금 어색합니다. 잘 마무리했습니다. 저에게는 1년에 가장 큰 행사입니다. 2021년 처음 나가고 매년 나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저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특별하게 여러 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위해 쏟은 시간, 마음들이 생각나서요. 편지 내용은 제 글을 읽고 들었던 마음을 남겨주셨습니다. 위로받았다는 말씀과 함께요. 정말로요, 제 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는 말이 저는 정말 저를 살아 있게 합니다.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이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이 의미 있다고 느껴집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입니다.
퍼블리셔스 기간 중 누나와 매형이 잠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누나와 매형은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을 내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누나는 제가 20살 때 캐나다로 잠시 떠났다 그곳에서 캐나다인 매형을 만나 정착했습니다. 1~2년에 한 번 한국에 방문합니다. 그럴 때마다 시간을 내어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어쩌면 이 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이번에는 광화문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을 일찍 끝마치고 퇴근한 뒤 경복궁을 구경하기도 했고 종로 야장에서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굉장히 많아 놀랐습니다. 오랜만에 시내에 나오신 어머니와 아버지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문득 딸이 해외에 살고 1~2년에 한 번 보는 삶은 어떤 삶일까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는 삶은 굉장히 속상한 삶일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말입니다.
4월부터 9월까지 매달 크고 작은 북페어에 참여했습니다. 아마도 10월에 있는 디어마이리더 북페어가 올해 마지막 북페어가 될 것 같습니다. 매달 도서관에 수업도 나가며 올해는 정말 바쁘게 보냈습니다. 10월 디어마이리더가 끝날 무렵 일을 할 수 있도록 이제 이력서를 넣을 생각입니다. 수입이 더 있었으면 좋겠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로 사는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만 할 수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부모님, 누나, 매형과 함께 갔던 광화문에는 집회와 시위 때문에 경찰관들이 수백 명 있었습니다. 제복을 입은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또 복잡해졌습니다. 내가 합격했다면 저 일을 하며 글을 쓰며 살았겠지? 난 그런 삶을 바랐는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이런 제가 밉습니다.
아무튼 여름이 정말 끝났습니다. 잘 지내시죠? 안부가 궁금합니다.
저녁 바람이 꽤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감기를 한 3주 앓았습니다. 아직도 목구멍이 아픕니다. 잘 지내세요,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진심입니다. 저도 행복하고 싶습니다. 제 행복을 응원해주세요.
오랜만에 성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