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마음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습니다. 매우 더러운 책상에 앉아 있어요.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늘 하지 못하고 더럽습니다. 깔끔을 떠는 것은 아니지만 책상만은 깨끗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상이 더러우면 책상에 앉기 싫어지고 책상에 앉지 않으면 글이 써지지 않거든요. 예전에는 아이폰 메모만으로도 글을 잘 썼는데 점점 작은 화면에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오타가 자주 나서 고치다 보면 문장이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항상 수정하는 것에 벅차서 쓸 이야기들을 쓰지 못해요. 그러다 지치고 맙니다. 그런데 이렇게 쓰다 보니 그게 꼭 인생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의 무언가를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그게 잘 안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다시 제대로 하려고 하나씩 고치다 보면 앞으로 가지 못하고 머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가고 싶은데 잘못 살아온 것을 고치다 보면 그냥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지금의 저처럼요.
지난주 디어마이리더를 끝내고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했습니다. 처리했다고 말하는 것은 별 뜻 없습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말입니다. 북페어에 나간 지 5년 정도 되었습니다. 북페어에 나가면 심장이 뛰어요. 내 문장을 읽는 사람이 내 눈 앞에 있으니까요. 그럴 때면 저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습니다. 내 눈 앞에 내 이야기를 읽는 사람을 보니까요. 문제는 그렇게 착각을 하고 나서 오는 공허입니다. 주인공인 척 살다 페어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아무것도 아닌 시민 1이 됩니다. 이상한 공허가 찾아와 우울감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전에 스타벅스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더 했습니다. 페어를 마치고 밤늦게 짐을 정리하고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만들러 가는 일은 저에게 참 미묘한 감정을 주었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일이 싫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 일을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사랑했거든요. 그냥 어떤 괴리에서 오는 감정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상한 감정을 가지고 한 주가 지났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출판사 숲물결의 에세이 앤솔러지 투고 모집을 하였습니다. 지난 12일 원고 모집을 마감했습니다. 열두 가지 글을 실을 예정인데요. 생각보다 많은 원고가 메일함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원고가 모인 것에 감사했지만 동시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누군가는 선택받지 못했다는 메일을 보내야 하니까요. 선택받지 못한 감정은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괴로운 감정입니다. 열두 글을 싣기로 한 것을 잠시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만, 얻고 싶은 감정만 얻지 못하는 것은 세상의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3월에는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일하고 싶은 곳에서 좋은 기회로 두 번의 면접을 봤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감정은 거절의 감정으로 오고 거절의 감정은 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감정으로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감정에서 이겨내야 하지만 저는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와중에 저에게 네가 필요하다고 하는 손길이 몇 가지 왔습니다. 제 책에 관련된 이야기들인데요. 5월에는 세종시, 7월에는 전주에서 책을 시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6월과 7월에는 전북에도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울과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전부 가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직 차가 없어서 어떻게 갈지 걱정이지만 걱정은 그때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지난 디어마이리더를 통해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심했던 것이 확신이 되었습니다. 내 글을, 내 문장을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 생각했었습니다. 가끔 책이 많이 팔리고 후기가 많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래 봐야 얼마 되지 않는 판매와 후기였지만 저에게 그것들이 참 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고 그러지 않는 시기는 길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의심했습니다. 내가 이걸 계속 해도 되는 걸까? 스스로 계속 물었습니다. 글쓰기와 책 만들기를 사랑하지만 이건 나의 너무 희망 사항 아닐까 했습니다. 돈이 되지 않으니까요. 돈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사람에게는 분명 돈이 필요합니다. [솔직한 마음]이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힘들었습니다. 가끔은 제가 쓰고 만드는 일이 정말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페어를 통해 확신했습니다.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고요. 페어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후기가 많았습니다. 매일 밤 페어 후기와 제 이름, 숲물결의 이름을 검색하며 찾아봤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걸로 힘을 얻고 싶어서요. 생각보다 제가 쓴 문장을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남겨주셨습니다. 대부분 공감과 위로라는 단어로 제가 쓴 문장을 설명했습니다. 그게 저를 계속 이렇게 살게 합니다. 제 문장을 읽고 남겨준 문장들이 저를 계속 쓰게 합니다. 참 신비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아주 오래 계속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는 여러분 덕분이기도 합니다.
글쓰기란 일은 매우 정적입니다. 운동선수처럼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수처럼 관객이 쳐다보는 무대에 오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불 꺼진 방에서 모니터 앞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적는 일입니다. 그래서 운동선수처럼, 가수처럼 어떤 반응을 보는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어렵고 귀합니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을 통해, 남겨주시는 문장을 통해 저는 가슴이 뜁니다. 같은 말을 한 것 같지만 그만큼 감사해서 하는 말입니다. [솔직한 마음]을 읽고 전해주는 답장들도 그렇습니다. 제가 보낸 솔직한 마음에 답장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답장의 분량의 상관없이 답장을 보내주셔서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한 마음]을 매주 봐주시는 분에게 그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솔직한 마음] 내에서 ‘익명의 고민 상담’ 받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 말입니다. 제가 고민 상담을 잘해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익명의 고민 상담’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매번 고민이 오지 않을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내주신다면 익명의 이름으로 보내주는 고민을 제가 같이 고민해 보겠습니다. 저는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합니다. 착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지랖이 조금 넓습니다. 고민을 보내주신다면 익명으로 상담해 보겠습니다. 물론 저는 누가 보낸 지 알겠죠? 메일 주소로 오니까요.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하겠습니다. 아 물론 제가 모르는 메일 주소로 오기도 하겠죠. 아무튼 보내주시면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저는 저와 닿은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저는 또 여러 가지 일을 준비 중입니다. 어떤 일은 준비할 때 조마조마한 마음과 동시에 기대가 몰려옵니다. 여러분도 함께 기대해 주시면 제가 든든할 것 같아요.